탈모가 시작된 이후, 나는 수많은 정보를 접했고, 그중 가장 의외였던 건 스타일링 제품이 두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. 이전까지만 해도 왁스와 스프레이는 나에게 필수품이었다. 하루를 시작할 때 거울 앞에 서서 정리된 헤어스타일을 만들어야 외출이 가능했고, 머리가 정돈되지 않으면 외모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.
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머리카락을 보며, 나는 결심했다. 한 번쯤 완전히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생활을 해보자고. 그렇게 시작된 6개월간의 스타일링 제품 끊기 루틴. 처음엔 불편함 투성이었지만, 시간이 지나며 나는 내 두피와 머리카락이 서서히 바뀌는 걸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. 이 글은 그 변화의 기록이다.
1. 처음 2주 동안은 외모 스트레스가 심했다
왁스를 끊은 첫날, 아침에 거울을 봤을 때 내 머리는 정말 낯설었다. 늘 뻗는 옆머리, 내려앉는 앞머리, 모양 없는 전체 실루엣. 그걸 고치지 않고 그대로 출근을 한다는 건 꽤나 민망한 일이었다. 출근길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혼자 머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나 자신이 어색했다. 동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모자를 쓰기도 했다.
하지만 신기하게도 2주쯤 지나자 내 머리카락의 원래 흐름과 형태에 적응하게 됐다. 정돈은 안 되었지만 나쁘지도 않은 모습에 익숙해진 것이다.
2. 모발이 점점 ‘부드러워지고 유연’해졌다
왁스를 쓰지 않으면서 머리카락에 화학적인 잔여물이 닿지 않게 되었고, 하루 종일 굳어 있던 모발이 이제는 자유롭게 움직였다.
특히 퇴근 후 머리를 감을 때, 왁스가 남아 있지 않으니 샴푸도 훨씬 빨리 씻겼고, 샴푸 후 건조할 때 머리카락이 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걸 체감했다. 이전에는 마치 뻣뻣한 브러시처럼 뻗어있던 머리카락이 이제는 풍성하진 않아도 가볍게 흘러내리는 느낌이 있었다. 정리되지 않은 대신, 건강해진 느낌이랄까.
3. 두피의 피지와 각질이 확연히 줄었다
왁스와 스프레이를 쓸 때는 저녁쯤이면 두피가 기름지고 간지러웠다. 특히 스프레이를 뿌린 날은 퇴근할 때쯤엔 두피가 묘하게 뻑뻑하거나 건조했다. 왁스를 끊고 난 뒤 가장 빨리 나타난 변화는 두피의 피지가 줄고, 각질이 거의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. 예전에는 하얀 각질이 어깨에 떨어지기도 했는데, 3주 정도 지나자 그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.
특히 감고 난 다음 날 아침 두피를 손가락으로 만졌을 때, 뭔가 더 ‘편안하고 가벼운 느낌’이 들었다.
4. 머리카락이 덜 빠지기 시작했다
이 부분은 내가 가장 민감하게 관찰했던 부분이다. 이전에는 머리를 감을 때마다 손에 머리카락이 10가닥 이상씩 묻어 나왔다. 특히 왁스를 쓴 날은 더 심했다. 그런데 1달쯤 지났을 무렵부터 손에 남는 머리카락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. 5~6가닥 정도, 많아도 7~8가닥 수준이었다.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, 스타일링 제품을 끊고 모공을 막는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. 모발도 ‘숨을 쉬는 것 같다’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, 숨통이 트인 느낌이었다.
5. 두피 트러블(뾰루지, 붉은기)이 줄어들었다
스프레이를 자주 쓰던 시절, 귀 옆이나 뒷머리 근처에 작은 두피 트러블이 종종 생겼다.
가려움도 있었고, 머리를 감을 때 아픈 부위를 손톱으로 건드리는 일도 있었다.
그런데 왁스와 스프레이를 끊은 지 2개월쯤 됐을 때, 그런 트러블이 거의 사라졌다.
피부가 민감한 편이라 생각도 못 했던 부분이었는데, 제품 사용을 멈추자 두피도 반응했던 것이다.
지금은 머리카락을 가르거나 빗을 때 예민한 느낌이 거의 없다.
부작용? 단점도 있었다
물론 장점만 있었던 건 아니다. 스타일링을 포기한다는 건 어떤 사람에겐 큰 스트레스일 수 있다. 나 역시 중요한 자리나 회의가 있는 날, 왁스를 바르고 싶은 유혹을 몇 번이나 받았다. 또, 습한 날엔 머리 볼륨이 죽거나 정돈이 되지 않아 불편함이 있었다.
하지만 그럴 때마다 “지금은 회복이 먼저다”라고 생각하며 참고 넘어갔다. 지금은 익숙해졌지만, 외모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조금 힘들 수 있는 도전이기도 하다.
결론
왁스와 스프레이를 끊고 지낸 6개월은 단순한 미용 습관의 변화가 아니라, 두피와 모발 건강을 위한 진짜 리셋의 시간이 됐다.
탈모 초기에 내가 했던 가장 실용적이고 간단한 결정 중 하나였다. 제품을 끊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, 그 결과는 분명히 있었다.
탈모가 시작됐다면, 병원이나 약물 치료 전에 먼저 내가 매일 바르는 것부터 점검해 보자.
머리카락은 생각보다 단순하고, 솔직하게 반응하는 부위니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