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넘겼다. 샤워하고 나서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조금 쌓여 있는 걸 봐도 ‘피곤해서 그런가?’ 하고 말았다. 그런데 어느 날, 사진을 찍고 나서 화면 속 내 모습을 보는데, 이마가 예전보다 훨씬 넓어져 있었다. 순간 움찔했다. 그게 시작이었다.
나는 당시 42살이었고, 특별히 탈모 유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당황스러웠다.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는 건 뭔가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. 대신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바꿔보기로 했다. 그렇게 아주 작은 습관 하나부터 손대기 시작했고, 그게 쌓여 1년이 지나자 머리카락 상태에 분명한 변화가 느껴졌다. 지금부터 그 과정을 나눠보려 한다.
1. 머리 감는 습관부터 바꿨다
예전에는 아침에 급하게, 그것도 뜨거운 물로 머리를 감았다. 샴푸는 한 손에 펌핑해서 거품도 제대로 안 내고 바로 두피에 문질렀다. 지금 생각하면 두피한테 꽤 무례한 행동이었지 싶다.
1년 전부터는 감기 전 먼저 두피 브러시로 살살 문질러 각질을 제거했고, 샴푸는 미지근한 물로 충분히 적신 후, 손에서 충분히 거품을 낸 다음 천천히 문질렀다. 처음엔 귀찮았지만, 점점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줄어드는 걸 보면서 루틴이 됐다.
2. 식사를 그냥 넘기지 않기로 했다
모발도 결국 몸의 일부이고, 몸은 먹는 것으로 유지된다. 그런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들었다.
특별한 영양제를 챙긴 건 아니다. 다만 아침에 삶은 계란 2개, 견과류 한 줌, 시금치나 두부 같은 간단한 단백질 위주 식단을 만들었고, 가공식품과 야식을 줄였다. 예전에는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울 때도 많았는데, 그런 식단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. 식사를 바꾼 뒤엔 머리카락이 덜 건조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.
3. 수면 패턴을 일정하게 만들었다
잠이 부족하면 두피가 유독 예민해졌다. 한창 바쁠 땐 새벽 2~3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억지로 일어나던 날도 있었다. 그런데 어느 날, 푹 잔 다음 날 머리를 감았는데 유난히 덜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.
그 뒤로는 되도록 밤 11시 전에 잠들려고 했다. 휴대폰도 자기 전에 멀리 두었고, 침실 조명도 조금 어둡게 바꿨다. 그렇게 꾸준히 시간을 지키자 수면이 머리에도 영향을 준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.
4.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루틴을 만들었다
모든 게 머리카락 때문은 아니겠지만,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은 확실히 두피가 당기고 민감해졌다. 그래서 매일 퇴근 후, 15분 정도 집 근처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. 특별한 운동도 아니고 그냥 걷는 거였지만, 기분이 확실히 가벼워졌다.
또 하루 중 일정 시간은 그냥 멍하니 있으려고 노력했다. 스마트폰을 안 보거나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꽤 도움이 됐다.
5. 머리 손질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
왁스와 스프레이는 습관처럼 쓰던 제품이었다. 그런데 퇴근 후 바로 머리를 안 감고 자는 날이 늘다 보니 두피에 뭔가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.이후로는 스타일링 제품을 아예 끊었다. 모자도 답답한 캡 대신 통풍 잘 되는 헐렁한 모자로 바꿨고, 머리를 감고 나면 자연 건조보다 찬바람 드라이로 최대한 빠르게 말렸다.
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니 어느 순간, 두피가 더 편안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.
결론
탈모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, 그 속도를 늦추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경험했다.
특별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, 일상에서 바꿀 수 있는 습관들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됐다.
나도 아직 완벽하게 회복한 건 아니지만, 거울 속 내 이마가 더 이상 넓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낀다.
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누군가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, 한 번쯤 이 루틴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. 머리카락은, 생각보다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니까.